# 발효란 무엇인가? – 음식을 살아있게 만드는 과학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냄새는 어디서 오는 걸까. 콩이었던 것이 어떻게 이런 맛이 됐을까. 발효라는 단어는 익숙한데, 정작 그게 뭔지 설명하려 하면 말이 잘 안 나옵니다. 몸에 좋다, 오래 두면 된다, 미생물이 뭔가 한다. 이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발효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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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미생물이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 그 부산물로 우리가 원하는 맛, 향, 질감이 생깁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발효는 산소 없이 진행되는 대사 반응입니다. 산소가 있으면 호흡(aerobic respiration), 없으면 발효(fermentation)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된장 항아리를 꽉 닫아두거나, 김치를 눌러서 공기를 빼는 겁니다. 혐기성(산소를 싫어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죠.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세균(Bacteria)**: 유산균이 대표적. 김치, 된장, 요구르트에 활약합니다.
- **효모(Yeast)**: 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 막걸리, 빵, 와인의 핵심입니다.
- **곰팡이(Mold)**: 누룩곰팡이(Aspergillus)가 전분을 당으로 바꿔줍니다. 간장, 된장, 청국장에 관여합니다.
이 세 종류가 혼자 혹은 함께 일합니다. 김치처럼 유산균이 주도하는 것도 있고, 막걸리처럼 곰팡이가 당을 만들고 효모가 알코올을 만드는 릴레이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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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왜 ‘더 맛있어지는가’
이게 핵심입니다. 발효가 단순히 보존 기술이 아닌 이유.
콩을 그냥 삶아서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되고 맛도 단조롭습니다. 그런데 된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쪼개지면서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생깁니다. 이게 바로 감칠맛의 정체입니다. 미생물이 콩을 씹어놓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 소화기관이 할 일을 미생물이 미리 해준 셈입니다.
김치는 배추의 세포벽이 유산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질감이 바뀝니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특유의 식감. 유산균이 젖산(lactic acid)을 만들어내면서 pH가 낮아지고, 그 산미가 전체 맛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막걸리는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바꾸면서 이산화탄소가 생깁니다. 그 탄산감이 막걸리 특유의 청량함을 만듭니다. 동시에 유기산과 에스터(ester) 성분이 복잡한 향을 만들어냅니다.
발효는 재료를 단순히 변형하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냅니다. 원재료에 없던 맛과 향이 생겨납니다. 그게 발효 음식이 단순 조리 음식과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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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부패는 어떻게 다릅니까
헷갈리기 쉬운 지점입니다. 둘 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차이는 인간에게 유익하냐, 유해하냐입니다. 발효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미생물을 유도한 것. 부패는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 자라서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낸 것.
실제로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청국장 냄새를 처음 맡는 사람은 부패한 것처럼 느낍니다. 하지만 특정 바실러스(Bacillus subtilis) 균이 만들어낸 안전한 발효 산물입니다. 반대로 멀쩡해 보이는 음식에 유해균이 자라 독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발효를 성공시키는 핵심은 원하는 미생물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소금이 그 역할을 합니다. 김치에 소금을 넣으면 잡균은 억제되고 소금에 강한 유산균은 잘 자랍니다. 된장의 높은 염도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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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을 잘 다루는 구체적 노하우
오래 만들어온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 처음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입니다.
1. 온도가 속도를 결정합니다
김치를 상온에 두면 하루 이틀 만에 시어집니다. 냉장고에 넣으면 수주가 걸립니다. 유산균의 활성이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익히고 싶다면 상온에서 하루 숙성 후 냉장 보관하는 게 기본입니다. 빠르게 발효시키고 싶으면 온도를 올리고, 천천히 복잡한 맛을 내고 싶으면 낮은 온도에서 오래 둡니다. 김치냉장고의 원리가 이겁니다.
2. 공기 차단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유산균은 혐기성입니다. 공기가 들어가면 다른 잡균이 번식합니다. 김치를 꾹꾹 눌러서 국물이 위로 올라오게 하는 이유입니다.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면 곰팡이가 필 수 있습니다. 국물이 재료를 덮도록 유지하는 것. 작지만 중요한 원칙입니다.
3. 소금 양이 미생물 구성을 바꿉니다
소금을 적게 넣으면 발효가 빠르고 다양한 균이 자랍니다. 많이 넣으면 천천히, 특정 균 위주로 발효됩니다. 김치 담글 때 배추 절임 소금 양과 양념 소금 양을 따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염 김치는 더 빨리 시어지고 더 빨리 먹어야 합니다. 이 원리를 알면 자신의 식습관에 맞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4. 발효 용기 재질이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항아리가 좋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옹기(토기)는 미세한 기공이 있어 아주 소량의 공기가 드나듭니다. 완전 밀봉도 아니고 완전 개방도 아닙니다. 이 조건이 발효 과정에서 적절한 가스 배출과 미생물 활성에 맞습니다.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는 완전 밀봉되기 때문에 가스 배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발효 초기에 뚜껑을 살짝 열어두거나 전용 에어락(airlock)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5. 발효 시작 온도와 완성 후 보관 온도를 구분합니다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냉장에 넣습니다. 그러면 발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유산균이 활발하게 증식하려면 초기에 15~20도 정도의 환경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발효가 진행된 후 냉장으로 옮겨서 속도를 늦추는 것. 이 타이밍을 잡는 게 발효 음식 맛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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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 이것만은 알고 드십시오
발효식품은 분명히 좋은 점이 많습니다. 소화 흡수율이 올라가고, 유익균이 공급되고,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김치, 된장, 간장, 젓갈 같은 전통 발효식품은 나트륨 함량이 높습니다. 하루 나트륨 권장량(2,000mg)을 쉽게 넘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이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분들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시판 발효식품 중 일부는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맛만 낸 제품도 있습니다. 성분표에서 ‘발효’라는 표기와 함께 살아있는 균(생균수)이 표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효식품은 건강 보조 식품이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특정 질환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의료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 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발효식품이 좋다고 알려졌더라도 이는 음식으로서의 역할이고, 의약품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발효는 오래된 기술이면서 지금도 새롭게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된장 한 숟가락 안에 수억 개의 미생물이 살아있습니다. 그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나면, 밥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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