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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과학 – 쌀이 술이 되는 발효의 원리

막걸리는 한국 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알코올을 만드는 발효다. 김치나 된장이 젖산균과 곰팡이의 영역이라면, 막걸리는 효모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쌀은 원래 당분이 없다. 그렇다면 효모는 무엇을 먹고 알코올을 만드는가.

당화와 발효, 두 공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makgeolli korean rice wine bottle

포도주는 포도즙에 이미 당분이 있어 효모가 바로 알코올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쌀은 전분 덩어리이지 당이 아니다. 그래서 막걸리 제조에는 누룩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누룩 속 곰팡이(주로 Aspergillus, Rhizopus속)가 만드는 효소가 쌀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고, 그와 동시에 누룩 속 효모가 그 당을 곧바로 알코올로 바꾼다.

이 당화와 알코올 발효가 한 항아리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방식을 병행복발효라 부른다. 맥주가 맥아당화 공정과 발효 공정을 순서대로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과 대비되는 한국·동아시아 술 특유의 방식이다.

탄산과 뿌연 색의 정체

막걸리를 마실 때 톡 쏘는 탄산감은 발효 중 효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액체에 녹아든 결과다. 병을 흔들면 거품이 솟구치는 것도 이 용존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뿌연 유백색은 여과하지 않고 남긴 쌀 전분 입자와 효모 침전물에서 나온다. 맑은 청주는 이 앙금을 걸러낸 결과물이다 — 사실 막걸리와 청주는 같은 술을 거르느냐 마느냐의 차이에서 갈린다.

도수가 낮은데도 취기가 빨리 오는 이유

막걸리는 통상 6~8도로 도수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많이 마시면 숙취가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도수보다는 발효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나 잔당 등 여러 대사산물, 그리고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마시게 되는 음용 습관이 겹친 결과로 설명된다. 술 자체의 성분만으로 숙취를 단정하기는 어렵고, 개인의 대사 능력과 음주량이 더 크게 작용한다.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korean rice wine bowl pouring

시중 막걸리는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나뉜다.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어 유통 중에도 발효가 계속 진행되며 맛이 변하고 유통기한이 짧다. 살균막걸리는 열처리로 효모를 비활성화해 맛이 고정되고 유통기한이 길지만, 생막걸리 특유의 살아있는 탄산감과 신선한 신맛은 덜하다.

정리

막걸리는 곰팡이가 전분을 당으로 바꾸고, 효모가 그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두 단계 발효가 한 그릇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술이다. 이 병행복발효 구조를 이해하면 왜 막걸리가 다른 술과 다른 질감과 맛을 갖는지 설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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