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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과학 – 쌀이 술이 되는 발효의 원리

# 막걸리의 과학 – 쌀이 술이 되는 발효의 원리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던 적 있습니까. 그냥 쌀에 뭔가 넣으면 술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대충 넘겼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면서 그 막연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쌀이 술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정밀하고, 살아있는 생물들이 순서를 맞춰 일하는 일종의 협업입니다. 한 번 이 원리를 알고 나면 막걸리 한 잔이 다르게 보입니다.

막걸리 발효, 두 단계로 나뉩니다

막걸리 발효는 크게 두 단계입니다. 당화(糖化)와 알코올 발효. 이 두 가지가 막걸리 양조 통 안에서 동시에 일어납니다.

먼저 당화입니다. 쌀의 주성분은 전분(녹말)입니다. 전분은 포도당 분자들이 길게 이어진 사슬 구조인데, 효모(yeast)는 이 전분을 직접 먹지 못합니다. 효모가 먹을 수 있는 건 단순당(포도당, 과당 같은 작은 당)뿐입니다. 그래서 중간 해결사가 필요합니다. 바로 누룩입니다.

누룩 안에는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를 비롯한 곰팡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곰팡이들이 아밀라아제(amylase)라는 효소를 만들어냅니다. 아밀라아제가 전분 사슬을 잘라서 포도당으로 분해합니다. 그 포도당을 효모가 받아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막걸리의 그 특유한 탄산감은 이 이산화탄소 때문입니다.

이 두 단계가 하나의 항아리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을 병행복발효(竝行複醱酵)라고 합니다. 막걸리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통주만의 독특한 방식입니다. 일본 사케도 비슷한 원리를 씁니다. 반면 맥주나 와인은 당화 따로, 발효 따로 진행합니다. 병행복발효는 당 농도가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아서 효모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결과적으로 더 복잡한 맛을 냅니다.

누룩이 핵심입니다

막걸리 맛의 90%는 누룩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누룩은 밀이나 쌀을 물로 반죽해서 뭉친 덩어리에 자연의 균들이 번식한 것입니다. 시중에 파는 개량누룩은 균종을 정해서 접종합니다. 전통누룩은 공기 중의 균이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여기서 노하우 하나. 누룩의 양이 많을수록 단맛이 강해지고 발효 속도가 빨라집니다. 처음 빚는 분들은 누룩을 조금 더 넣으면 실패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누룩이 너무 많으면 당화가 과하게 일어나 단맛은 강한데 알코올 도수가 낮고 신맛이 쉽게 생깁니다. 쌀 대비 누룩 비율은 보통 10~15% 사이가 기본입니다. 개량누룩이라면 더 적게 씁니다.

또 하나. 누룩은 물에 먼저 불려서 씁니다. 이걸 누룩 풀기, 또는 누룩 수화라고 합니다. 누룩을 물에 8~12시간 정도 담가두면 안에 있는 균과 효소가 활성화됩니다. 그냥 건조한 상태로 쌀에 섞으면 초반 발효가 늦어집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는 분들이 많은데, 꼭 지키는 게 좋습니다.

온도가 발효를 조종합니다

발효에서 온도는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너무 낮으면 발효가 안 되고, 너무 높으면 잡균이 폭발합니다.

막걸리 발효의 적정 온도는 18~25도입니다. 이 범위 안에서 효모가 가장 활발하게 일합니다. 30도를 넘어가면 효모가 스트레스를 받고 이상한 향이 납니다. 35도 이상이면 효모가 죽습니다. 반면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발효가 거의 멈춥니다.

계절별로 막걸리 맛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름에 빚으면 발효가 빨리 끝나고 신맛이 강해집니다. 겨울에 빚으면 발효가 천천히 진행되면서 복잡한 향이 쌓입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겨울에 술을 많이 빚은 건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온도를 이용한 양조 지혜였습니다.

노하우 하나 더. 여름에 막걸리를 빚을 때는 초반 12~24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간 동안 항아리를 서늘한 곳에 두거나 아이스팩으로 온도를 잡아줘야 합니다. 초반에 온도가 튀어버리면 유산균이 과하게 번식해서 술이 신맛 덩어리가 됩니다.

집에서 막걸리 빚기 – 기본 레시피

원리를 알았으니 직접 빚어봅시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재료

  • 멥쌀 1kg
  • 개량누룩 100g (또는 전통누룩 150g)
  • 물 1.2L (발효용) + 누룩 수화용 물 200ml
  • 깨끗한 유리 또는 도자기 용기 (3~4L 이상)

순서

1. 멥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6~8시간 불립니다. 불린 쌀을 건져 물기를 뺍니다.

2. 불린 쌀을 고두밥(찐밥)으로 찝니다. 쌀이 투명하게 익을 때까지 30~40분 찝니다. 고두밥이 너무 질면 발효 중 산패가 쉽게 납니다.

3. 고두밥을 넓게 펼쳐 30도 이하로 식힙니다. 뜨거운 상태에서 누룩을 넣으면 균이 죽습니다.

4. 누룩을 물 200ml에 담가 8시간 이상 불립니다. 덩어리지지 않게 손으로 풀어줍니다.

5. 식은 고두밥에 누룩 물을 붓고 손으로 골고루 섞습니다. 나머지 물 1.2L를 더 붓습니다.

6. 용기에 담고 광목천이나 면 보자기로 입구를 덮습니다. 밀폐하면 이산화탄소가 차서 위험합니다.

7. 18~25도 공간에서 발효를 시작합니다. 하루 1~2번 깨끗한 주걱으로 저어줍니다.

8. 3~5일 후 거품이 줄고 맑은 부분이 생기면 발효가 마무리 단계입니다. 체에 걸러 짜내면 막걸리가 됩니다.

갓 걸러낸 막걸리는 바로 마셔도 됩니다. 냉장 보관하면 효모가 계속 조금씩 발효하므로 2주 안에 마시는 게 좋습니다.

막걸리 맛을 가르는 변수들

막걸리를 몇 번 빚다 보면 매번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의 종류. 수돗물에는 염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염소는 효모와 유산균을 억제합니다. 발효가 예상보다 늦거나 맛이 이상하다면 물을 하루 전에 받아 끓였다 식히거나 정수물을 쓰는 게 낫습니다.

쌀의 종류. 멥쌀과 찹쌀의 차이가 막걸리 질감을 바꿉니다. 찹쌀을 쓰면 전분이 더 많이 당화되어 단맛과 걸쭉한 질감이 강해집니다. 멥쌀은 상대적으로 깔끔합니다. 시중 막걸리 중 찹쌀 막걸리라고 표시된 것들이 대체로 더 달고 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을 때 손이 아닌 도구. 손에는 각종 균이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저으면 잡균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드시 끓는 물로 소독한 주걱이나 도구를 씁니다. 발효 실패의 상당수는 위생 문제에서 옵니다.

막걸리는 오래 알면 알수록 변수가 많습니다. 온도, 누룩, 쌀, 물, 위생. 이 다섯 가지를 잡으면 기본은 됩니다. 그 다음은 경험입니다. 몇 번 빚다 보면 항아리에서 올라오는 냄새만 맡아도 발효 상태를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 주의사항: 이 글은 막걸리 발효의 원리와 제조 과정을 소개하는 정보 콘텐츠입니다. 막걸리를 포함한 알코올 발효식품은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섭취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음주가 제한될 수 있으며, 섭취 전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직접 제조한 막걸리는 보관 조건과 위생 상태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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