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의 탄생 – 콩이 발효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된장을 담근다고 하면 왠지 대단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할머니 손맛, 수십 년 내공, 항아리 가득한 어느 시골집.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된장은 콩과 소금과 시간이 전부입니다. 재료는 단순한데 결과물은 복잡합니다.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한번 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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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단계 – 발효의 출발점은 곰팡이다
된장 이야기는 메주에서 시작합니다. 삶은 콩을 으깨서 벽돌처럼 뭉친 덩어리. 이게 메주입니다.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 따뜻하고 통풍 좋은 곳에 매달아두면 표면에 흰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보기엔 그냥 곰팡이인데, 이게 핵심입니다.
메주에 자라는 주요 균은 아스페르길루스 오리재(Aspergillus oryzae)입니다. 된장과 간장, 일본 미소와 사케에도 등장하는 그 누룩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가 분비하는 효소(단백질을 잘게 쪼개는 프로테아제,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가 콩 속 성분을 뜯어고칩니다.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전분이 당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된장 특유의 감칠맛은 생기지 않습니다.
노하우 하나. 메주를 띄울 때 볏짚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볏짚 표면에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세균이 삽니다. 청국장에서도 활약하는 균입니다. 이 균이 메주 깊숙이 들어가 단백질 분해를 돕습니다. 볏짚 없이 메주를 만들면 발효가 느려지고, 아미노산 생성량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전통 방식이 괜히 볏짚을 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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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 소금물이 미생물을 선별한다
잘 뜬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는 것이 장 담그기입니다. 이 단계가 된장과 간장을 동시에 만드는 분기점입니다. 소금물 농도는 보통 18~20% 정도. 여기서 소금이 하는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소금은 단순한 간 조절제가 아닙니다.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잡균이 살지 못합니다. 반면 소금에 내성이 있는 유산균(젖산균)과 효모는 살아남습니다. 이 균들이 발효를 이어받습니다. 젖산균은 유기산을 만들어 된장의 은은한 신맛과 향을 냅니다. 효모는 알코올과 향미 성분을 만듭니다. 소금물이 발효 미생물을 골라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겁니다.
노하우 둘. 소금물 농도를 낮추면 발효가 빠르지만 잡균이 증식할 위험이 커집니다. 처음 담글 때 달걀 하나를 소금물에 띄워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달걀이 동전 크기만큼 수면 위로 뜨면 적당한 농도입니다. 너무 많이 뜨면 짜고, 아예 가라앉으면 싱겁습니다. 염도계가 없을 때 쓸 수 있는 오래된 방법입니다.
소금을 많이 쓰는 만큼 된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습니다. 시판 된장 한 큰술(15g) 기준 나트륨이 700~900mg 수준입니다.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2,000mg)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국을 끓일 때 된장을 듬뿍 쓰는 습관이 있다면,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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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와 숙성 – 간장이 빠져나간 자리
40~60일쯤 지나면 장을 가릅니다. 액체 부분이 간장(조선간장), 건더기 부분이 된장 원형이 됩니다. 이 건더기에 소금을 추가하고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 햇볕 아래 숙성시킵니다.
숙성은 여름을 한 번 넘겨야 제맛이 납니다. 여름 고온이 발효 속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낮 동안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고, 밤이나 비 올 때는 닫습니다. 이 반복이 된장 색을 짙게 하고 수분을 적절히 날려줍니다. 갓 가른 된장은 색이 연하고 맛이 날카롭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나면 색이 진해지고 맛이 둥글어집니다.
노하우 셋. 된장 표면에 하얀 막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산막효모(피치아속 효모)입니다. 유해균이 아닙니다. 그냥 두면 된장 맛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숟가락으로 걷어내고, 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됩니다. 반면 검거나 분홍빛 곰팡이가 핀다면 그 부분은 제거해야 합니다. 색으로 구분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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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속 아미노산 – 감칠맛의 실체
된장을 먹을 때 느끼는 그 깊고 묵직한 맛. 이것의 정체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을 비롯한 유리아미노산(free amino acid)들입니다. 콩 단백질이 프로테아제에 의해 잘게 쪼개지면서 나온 산물입니다. 글루탐산은 MSG의 구성 성분이기도 합니다. 된장이 자연적인 감칠맛 폭탄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것은 아미노산만이 아닙니다. 아이소플라본(isoflavone)도 변화합니다. 콩에 들어 있는 아이소플라본은 배당체(당과 결합한 형태) 상태인데, 발효되면서 아글리콘(당이 떨어진 형태)으로 바뀝니다. 아글리콘 형태가 체내 흡수율이 훨씬 높습니다. 발효가 영양학적 가용성을 올리는 겁니다.
또한 된장에는 비타민 K2가 생성됩니다. 청국장보다는 적지만, 발효 기간이 길수록 누적됩니다. 오래 숙성된 된장이 단순히 ‘맛이 깊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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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된장 담그기 –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 레시피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메주를 직접 만들기 어렵다면 시판 메주로 시작하면 됩니다.
재료
- 전통 메주(시판 가능) 2kg
- 천일염 600g (정제염 금지)
- 물 3L
- 마른 고추 3~4개
- 숯 1~2조각 (잡내 제거용)
- 대추 5~6개 (선택)
순서
1. 메주를 솔로 씻어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햇볕에 반나절 말립니다.
2. 물 3L에 천일염 600g을 완전히 녹입니다. 달걀을 넣어 동전 크기로 뜨는지 확인합니다.
3. 항아리를 깨끗이 씻고 햇볕에 소독합니다.
4.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소금물을 붓습니다. 마른 고추와 숯, 대추를 넣습니다.
5. 한지나 면보로 항아리 입구를 덮고 뚜껑을 덮어 통풍 좋고 햇볕 드는 곳에 둡니다.
6. 40~60일 후 메주를 건져냅니다. 액체는 간장, 건더기는 된장입니다.
7. 건더기에 소금 한 줌 추가하고 항아리에 꾹 눌러 담습니다. 여름을 넘겨 숙성합니다.
8. 낮에는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고, 비 오는 날은 닫습니다. 표면의 하얀 막은 걷어냅니다.
처음엔 메주 1kg, 소금 300g, 물 1.5L 소량으로 해보는 걸 권합니다. 실패해도 부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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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은 콩이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곰팡이가 단백질을 쪼개고, 소금이 균을 걸러내고, 시간이 맛을 쌓습니다. 그 결과물이 우리 밥상 위의 된장찌개 한 뚝배기입니다. 알고 먹으면 맛이 달라 보입니다.
> 주의사항: 된장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식품입니다. 고혈압, 신장 질환 등으로 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분은 섭취량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발효 정보를 다루며,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된장 섭취를 권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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